좀비보다 생생한 감정들
[칵테일,러브,좀비]를 읽고.
문학이란 무엇인가. 장르란 무엇인가. 로맨스와 호러가 한 컵에 섞여 칵테일처럼 묘한 맛을 내는 소설이 있다.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러브,좀비'는 말 그대로 좀비와 로맨스, 그리고 청춘의 상처와 성장이 한데 뒤섞인 장르 혼합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땐 책의 두께처럼 가벼운 좀비 로맨틱 코미디를 예상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작품은 생각보다 더 묵직하고, 더 서늘하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이었다.
작품 개요
제목 : 칵테일, 러브, 좀비
작가 : 조예은
장르 : 장르 혼합 소설 (좀비 아포칼립스, 로맨스, 드라마)
출간 정보 : 2020년 8월 10일, 안전가옥 출판사
페이지 수 : 약 264쪽
이야기의 줄거리
이야기는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격리구역'이라 불리는 도심 속 한 공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이곳은 완전한 감염도, 완전한 치유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의 공간, 그곳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버티며, 또 때로는 사랑한다.
주인공 은지는 격리구역의 한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단조롭지만, 그녀가 만들어내는 칵테일에는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좀비가 되어가고 있는 연인, 상처를 감춘 채 웃은 손님들, 자신의 감염 여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은 각각의 이야기와 감정으로 이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감각
'칵테일,러브,좀비'는 '좀비'라는 설정을 가져왔지만, 일반적인 좀비물에서 기대하는 공포나 스릴보다 더 정적인 정서와 감정선에 집중한다. 좀비는 여기서 외부의 위협이라기보다, 우리 안의 감정과 상처, 무너짐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작가는 내면에 자리한 무기력, 우울, 상실, 관계의 피로감을 좀비화된 일상 속에 투영하며, 그것을 통해 청춘이 느끼는 상처와 연대를 보여준다.
이야기 중간중간 삽입된 칵테일 레시피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그리고 은지의 삶을 버티게 하는 작은 예술 행위다.
마치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의 애틋함처럼.
이 소설은 일상 속에서 서서히 침식되어 가는 삶의 감각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우리가 좀비가 되어가는 이유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가는' 과정이 실제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무기력함, 단절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감정을 잃고, 생각을 멈추며, 그저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간다.
책 속 인물들 역시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다.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다들 조금씩 감염되어 있고, 스스로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다루면서도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다.
독자로서 우리는 은지와 그녀의 손님들을 보며, 나 역시 좀비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하게 된다.
조예은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
조예은 작가의 글은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는 날카로운 감정과 미묘한 뉘앙스가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감정을 흔든다. 특히 대사보다는 인물들의 눈빛, 움직임,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 깊다.
말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무언으로 전하는 소설, 그것이 바로 '칵테일, 러브, 좀비'다.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들
- 일반적인 좀비물보다 감정과 관계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 청춘, 상실, 고립감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
- 문학과 장르 소설의 경계에 있는 실험적인 작품을 찾는 사람
- 카페, 술집, 그리고 바(Bar)라는 공간의 정서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
- 차분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감성적인 소설을 원하는 독자.
마무리하며
'칵테일,러브,좀비'는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고립감과 감정의 소외를 공감하며, 감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감성적인 이야기와 독특한 설정을 찾는 독자에게 이 작품을 특히 추천드립니다.
무심코 잠들기 전 잡았다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을 때까지 잠을 자지 못했던
흥미롭고, 재미있는, 그리고 감명 깊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으로 조예은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까지 찾아서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어요.
그만큼 매력적인 책이라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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